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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 민주시민교육이란?
Part II: 메타플랜이란?

 

민주시민교육

1.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

 

   민주주의의 완성은 행위의 틀인 제도적 차원, 행위자의 의지인 의식적 차원 그리고 사회적 토대인 구조적 차원의 조건이 동시에 채워졌을 때 실현될 수 있다. 이들 세 조건은 서로 교차관계에 놓여 있어서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충족의 방법은 나라마다 그리고 시대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가운데 구조적 요소는 서구 민주주의 경우, 대체로 미리 채워져 있었지만, 비서구 국가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다른 요소와 함께 병행되어왔던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구조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나라에 따라 제도가 주도적일 수가 있고, 반대로 의식이 주도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든 제도와 의식 중 한 측면만을 강조하고, 다른 측면을 소홀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한 나라는 제도개혁에, 다른 한 나라는 의식개혁에 초점을 두고, 필요한 제반 여건들을 채워나갔던 것을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제도적 차원은 민주주의의 절차와 과정에 관련된 것이며, 의식적 차원은 이러한 제도적 과정들이 고유의 의미대로 작동하게끔 하는 내적 의지와 관련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제도적 문제는 외국의 경험을 통해 그 형태를 단기간에 새롭게 바꿀 수 있지만, 정치문화와 관련된 의식적 조건은 기존의 생활세계(Lebenswelt) 위에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는 이제 제도개혁보다 국민의 의식개혁에 초점을 두고 민주주의 실현을 향해 노력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는 해방 후 서구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선거·정당·지방자치·의회 등 정치제도분야의 개선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만, 이러한 제도를 본래 의미대로 실천할 수 있는 국민 개개인의 민주시민의식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한데 이유가 있다.

  민주시민의식의 결여로부터 나타난 부정적 결과는 국민들에게 지연·학연·혈연에 의한 전근대적 투표행태뿐만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비합리적·기형적 태도를 낳게 하였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극단적 의기주의와 기회주의적 사고가 깊이 자리잡게 되었고, 이로 인해 공익실현을 위한 각종 규범의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또한 장기간에 걸친 군사정부의 통치경험으로 국민들은 정부주도의 수동적 동원 메커니즘에 익숙해졌다. 게다가 민주화운동을 경험하면서 감성적 항의집회에도 낯설지 않다. 민주화된 오늘날에도 이런 현상은 시민사회 내에서조차 캠페인성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끔 사회병리적 반응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이것은 실제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가상세계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확대된 미디어·인터넷선거운동에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극단적 문구나 이미지가 난무하여 시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마침내는 공정한 여론형성을 방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보통선거를 부정하고 군중집회의 환호방식(acclamatio)을 선호하던 과거 전체주의국가의 ‘직접민주주의적’ 의결형태를 연상케 할 정도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극단의 경우에는 과거 서구 전체주의국가에서 경험했던 반민주적·반인류적·반역사적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우리 생활문화의 구조 속에 걸쳐 계층적 서열주의(hierarchy)와 성차별주의 등 인권 침해적 요소가 여전히 잔존해 있음을 볼 수 있으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결과는 민주주의 공고화는 물론이고 국가의 전체적 발전에도 큰 방해가 된다.

   또한 지구촌시대에 살면서도 국민 개개인은 자신이 그 구성원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이웃나라 및 국민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부족 그리고 강대국에 대한 편견으로 폐쇄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국민국가의 범주를 띄어 넘는 지구촌사회, 즉 다문화사회에 대한 적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동시에 세계시장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과격한 감정이 표출되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화, 인권, 인구와 빈곤, 여성, 환경, 생물다양성, 유전공학기술, 핵에너지와 핵무기, 남북한관계 등의 문제를 세계질서의 범주 위에서 보는 시각도 부족하다.

 

2. 민주시민교육의 목적

 

  민주시민교육은 국민 개개인의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하여 민주주의 제도를 올바르게 실천하도록 하고, 전체적으로는 우리의 기형적 정치문화를 바로 잡아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목적과 관련하여 내적으로는 이웃간, 세대간, 계층간, 성별간, 분야간의 대화의 장을 자주 열어줌으로써 상호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특히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생성된 사이버세계에 올바로 적응케 함으로써 전체사회의 건전한 여론형성에 참여토록 한다. 이를 통해 국가와 지역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올바른 이해 그리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건전한 공동체의식을 갖게 하여 자율적 생활공간을 조성토록 한다.

  외적으로는 폐쇄적 민족주의나 국민국가적 범주를 벗어나 지구촌시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인식하고 급변하는 세계질서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자질과 자신감을 함양한다.

  이밖에도 민주시민교육은 통일 후 북한주민들이 새로운 정치·경제체제에 신속히 적응토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기존 체제에 대한 확실한 자부심과 우월성을 갖게 하고, 통일 후에는 북한 주민과의 공동생활에서 이들을 올바르게 안내하고 화합하게 하는 지식과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제도적 이해와 적응만으로 민주주의가 공고화되고 그리고 건강한 생활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동시에 한편으로는 갖가지 정치현상에 대한 성찰된 비판력을 기르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주요 덕목인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아량(tolerance)을 함양토록 함이 중요하다.

 

3. 민주시민교육의 개념

 

  국민의 의식개혁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은 개념상 여러 가지로  이해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시민교육(civic education)과 같은 광의의 의미로 쓰이며, 좁게는 정치성을 배양하는데 역점을 두는 정치교육으로 이해되어 독일에서는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으로 표기되며, 영어권에서도 교육학적 용어로는 정치교육(political education)으로 표현된다. 일본의 경우는 공민교육(公民敎育)이란 관용어로 쓰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실시되었던 관치교육(官治敎育)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정치교육이란 용어 대신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민주시민교육(democratic citizenship education)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치성 배양을 통해 자율적?공동체적 생활능력을 갖춘 민주시민의 양성에 교육목적을 두고 있어서 독일의 정치교육에 더 가까이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민주시민교육은 “국민이 국가의 주권자로서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현상에 관한 객관적 지식을 갖추고, 정치적 상황을 올바로 판단하며, 아울러 비판의식을 갖고 정치과정에 참여하여 권리와 의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교육으로서, 참여자 스스로 습득케 하는 의사소통적 교육이다”로 정의된다.

 

4.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원칙

 

  민주주의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의 주체는 국민 스스로이며, 그 대상도 국민이다. 여기서 정부, 더 엄격히 표현하면 국가는 지원자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반대로 전체주의나 독재체제에서의 교육주체는 정부이며, 그 대상은 국민이다.

  왜냐하면 전자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은 상호 교호적인 의사소통(interactive communication, discourse)의 성격을 지니는 반면, 후자에서의 교육은 주로 일방적 교화(indoctrination, manipulation)의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과 생활세계 간의 상호연계 속에서 사회구성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과거 재건운동이나 새마을운동, 사회정화운동, 바르게살기운동, 제2건국운동 등과 같은 정부중심의 홍보·동원교육은 시스템을 생활세계에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교육으로 간주된다.

   이와 반대로 민주시민교육은 사회전체에서 각 영역의 주체들을 상호 매개·교통시켜 주는 수단으로 이해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이는 거시적으로는 법과 제도로 구성된 시스템과 자율적 규율 및 윤리·도덕규범으로 지배되는 생활세계 사이를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정치 및 경제영역과 공론 및 시민사회 영역 사이를 서로 소통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림] 전체사회에서의 민주시민교육 적용범위

   특히 의사소통론적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민주시민교육의 실행과정에서 몇 가지 원칙들이 지켜져야 한다. 이들 원칙은 민주시민교육의 연구자와 실행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논의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첫째, 교화의 금지: 참가자들에게 특정 의견만을 갖도록 설득하여 각자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고유의견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의견다양성의 보호: 학문분야나 정치현실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과 의견들을 인위적 제외·선별·왜곡됨이 없이 교육 중에도 그대로 다루어져야 한다.

셋째, 정치적 영향력 함양: 참가자들이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적 상황과 이해관계까지도 함께 분석하고, 아울러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유리하도록 정치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5. 민주시민교육의 실행체계

 

  위에서 기술한 민주시민교육 자체의 고유 성격 외에도 교육 실행체계가 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21세기 새로운 사회적 변혁의 결과에 있다.

  다시 말해서 산업혁명 후 지속되어온 근대국가에서는 정부중심의 통치행위가 지배적이었다면, 고도의 정보화·세계화가 이루어진 오늘날의 탈근대사회에서는 포괄적 ‘거버넌스’(governance)방식의 통치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갈수록 심화되는 반면, 정부의 통치행위는 그만 큼 더 어려워지고, 그 범위 또한 좁아졌기 때문이다. 좁아진 정부영역과는 반대로 시민사회 영역은 그만큼 더 확대되었고, 정부의 통치행위에 대한 영향력도 그만큼 더 커졌다.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시민사회는 오늘날 계급성을 뛰어넘어 다양한 이익과 가치의 혼재영역으로 이해된다. 특히 시민단체는 오늘날 시민사회의 주된 행위자로 인식되며, 심지어 정부의 통치한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역할까지도 맡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민단체의 역할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심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시민단체의 역할이 완전히 정부의 통치기능을 떠맡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시민사회의 영역과 시민단체의 역할이 아무리 증대된다해도 정부의 통치행위를 배제한 상태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는 정부와의 유기적 분업과 협력 속에서만 그 중요성이 살아날 수 있으며, 양자는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는 긴밀한 파트너십 속에서만 전체사회의 공동선 실현에 이바지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민주시민의식의 함양을 위한 ‘민주시민교육’도 과거와는 달리 정부주도가 아닌 정부와 시민단체간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협력 속에서 이루어질 때 가장 높은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6. 민주시민교육의 교육방법

 

  앞서 서술했듯이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하는데 주된 목적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국민의 전근대적 관행, 의식, 사고방식 등을 스스로 바로 잡게 하고,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며, 아울러 사회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참여를 통해 건전한 생활공동체를 건설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런데 제도적 변혁이 아닌 인간의 의식과 행태의 변화는 기존의 문화·윤리규범을 포함한 생활세계 위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찰된 방법에 의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교육방법도 일방향적 전달식·주입식이 아닌,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참여식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참가자중심의 교육방법은 민주시민교육을 오래도록 실시해온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흔히 참여식교수법 내지는 메타플랜(metaplan)이라고 불리는 이 교육방법은 각종 회의나 협상 등에서도 자주 활용된다. 특히 어떤 사안에 대한 이해당사자, 예를 들어 정부와 시민대표들의 논의나 협상에서 토론시간을 절약하고 생산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도입되기도 한다.

  아래 단원들에서는 이러한 참여식교수법의 종류와 적용방법들을 소개하며, 교육현장에서 직접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여 “도입단계-전개단계-산출단계”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이에 앞서 참여식교수법에 의한 교육행사에서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과 진행자의 역할 등에 관해 지적하며, 마지막 단원에서는 평가의 목적, 기준 그리고 방법에 대해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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